천안 성거산 성지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해발 약 500m 고지대에 자리한, 천연의 요새같은 성지랍니다. 조선시대, 7개의 교우촌이 있어 한국인 사제와 프랑스 선교사들의 사목활동이 있던 곳이었죠. 이곳을 사목 중심지로 삼은 칼래 신부님은 이곳을 ‘독수리 둥지마냥 높은 곳에 자리잡아, 쫒기는 선교사도 그 누구에게 들킬 염려 없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느끼고, 밤하늘의 별들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빼어난 자연과 건축미로 순례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성거산 성지를 만나보세요.

*유의할 점
성지를 직접 방문하고 최신 정보를 반영한 후기입니다. 이 후 방문 시에는 변동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관할 사무실 연락처는 041-584-7199, 모바일은 010-8990-7199입니다.
- 성지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입니다.
- 성지의 자연 보존을 위해, 쓰레기는 반드시 가져가주세요.
- 성거산 성지는 반려동물의 입장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취사와 음주, 고성방가 등의 행위를 자제해 주세요.
- 산 위에 있는 성지까지 포장 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으나, 경사가 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운전에 유의하세요.
- 성지 내 야생화 및 풀, 나무를 순교자를 대하는 마음으로 대해주세요. 채집이나 훼손은 삼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 단체방문은 미리 예약해주시고, 20명 이상부터 식사 주문이 가능합니다. 1인당 10,000원입니다.
목차
성거산 성지 미사 시간
미사는 화~일 모두 오전 11시에 봉헌됩니다. 월요일 미사는 없으니 참조하세요. 또한, 4월~11월에는 ‘병인박해 기념성당’에서 미사가 봉헌되지만 쌀쌀한 12월~3월 동절기에는 소성당에서 미사가 봉헌됩니다.
성거산 성지 스탬프 위치
성거산 성지 스탬프는 ‘병인박해 기념성당 건물 1층(사진 중앙)’과 ‘소성당 입구(사진 오른쪽)’ 두 곳 모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 다 같은 인영으로, 한 개만 찍어도 충분합니다. 눈이 많이 오거나 길이 얼어붙었을 때, 무리해서 ‘병인박해 기념성당’까지 올라가지 마시고, 소성당에서 찍으세요.

성거산 성지의 과거
성거산은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천혜의 요새였습니다. 이 척박한 위치 덕분에 조선 시대, 박해의 칼날을 피해 숨어든 신자들은 성거산 산자락을 안식처로 삼았고, 1800년부터 1920년까지 무려 120여 년 동안 7개의 교우촌이 형성되었습니다.
성거산 자락의 대표 교우촌에는 ‘소학골 교우촌’과 ‘서덕골 교우촌’이 있으며, 서덕골 교우촌의 경우,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백부가 거처했던 곳으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박해시기, 두 교우촌에서 많은 순교자가 나왔으며, 이곳 출신인 배문호 베드로, 최천여 베드로, 최종여 라자로, 고 요셉, 채씨 며느리 등이 공주에서 순교하였습니다. 이들은 현재 이곳 성거산 성지 줄무덤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 같이 보면 좋은 글: 공주 황새바위성지, 조선 천주교 박해시기 100년간 수많은 순교자들이 거쳐간 곳

이곳을 거쳐간 한국인 사제와 프랑스 선교사를 살펴보면 최양업 신부, 다블뤼 신부, 페롱 신부, 권스타니슬라오 신부, 프티니 콜라 신부, 조안노 신부, 페롱 신부, 칼래 신부가 있으며, 이 중 칼래 신부는 1864년부터 약 2년간 소학골 교우촌을 사목 중심지로 삼았습니다. 사방에서 쫓기는 입장이었던 선교사들에게 이곳은 병인박해 때까지 안전한 거처이자 여름 휴식처가 되어주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차로 오를 수 있지만, 굽이굽이 이어지는 꼬부랑 언덕길을 운전하다 보면 어느새 귀가 먹먹해지는 고도의 변화를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높은 고도때문인지 날씨 좋은 가을에 방문했음에도 훨씬 서늘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전에는 더 춥고 척박했을텐데, 선조들은 어떻게 이곳을 드나들었을지 궁금해 졌습니다.
성거산 성지의 현재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신령이 사는 산이라는 의미로 ‘성거산’이라 명명된 이 곳은 현재에도 여전히 구름조차 쉬어가는 깊고 서늘한 산중입니다. 충남, 경기, 충북 3개 도의 경계가 만나는 이곳은 사계절 내내 자연의 경이로움을 뿜어내는 그 옛날 신앙의 요새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죠.
교우촌, 줄무덤과 같은 역사의 흔적 외에도 자연을 품은 현대의 건축물이 어우러져 깊은 산속의 세련된 은신처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은 병인박해 150주년을 기념하고 순교자들을 기리기위해 세워진 ‘병인박해 기념성당’이죠. 이곳은 매캐한 도시 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의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위로하는, 종교와 자연이 어우러진 치유의 장소입니다.

병인박해 기념성당
성지 내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병인박해 기념성당은 제대 벽을 통유리로 설치하여 바깥에 있는 십자가를 보면서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계절과 날씨의 변화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은 덤이죠. 이 건물은 박해시대 동굴성당을 형상화하여 자연 속에 묻힌 형태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하네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설계한 민현준 건축가의 작품입니다.

내부엔 285석이 있으며, 외부 좌석까지 포함하면 최대 500명 미사 봉헌이 가능합니다. 동절기에는 이곳에서 미사를 봉헌하지 않아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 풍경을 통유리로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식당, 성물방
이 건물 1층에는 카페 겸 식당이 있으며, 그 옆 건물에는 성물방이 있습니다. 이 곳 성물방에서는 신부님이 만드신 스테인드 글라스 성물을 판매하고 있으니, 꼭 놓치지 말고 구경하세요.

소성당
소성당 또한 제대벽이 유리로 되어있어 바깥에 있는 십자가와 자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병인박해 기념성당보다는 아기자기한 면이 있어, 제대만 아니라면 개방감있는 카페에 온 것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내부로 들어오는 빛도 잠시 감상해보세요.

*피정의 집
소성당 건물 1층은 피정의 집으로 온돌방(4인실 4개, 8인실 1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방마다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비치되어 있고, 공동 주방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따로 운영하는 피정 프로그램은 없지만, 머무는 동안 고해성사와 미사 참례 가능하다고 하니, 옛 신앙인들을 기억하며 자연 속에 머무르고 싶다면 개인 피정을 추천합니다.
- 피정비: 1인 40,000원
- 식사비: 10명 이상부터 식사 주문 가능, 1인 10,000원
순교자 줄무덤
순교자 줄무덤은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물만 넋놓고 바라보고 있던 우리에게 이곳이 천주교 성지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신원이 밝혀진 순교자들을 포함, 많은 무명 순교자들이 이곳 줄무덤에 잠들어 있죠. 팔을 벌리고 무덤 끝머리에 서계신 예수성심상이 이곳에 잠들어 있는 순교자들의 영혼을 품어주시는 것 같아 산속의 서늘한 기운이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누그러집니다.

십자가의 길, 순교자의 길, 야외 성모광장
성당과 제1줄무덤, 제2줄무덤 간에는 숲속 산책로와 쉼터가 계속 이어집니다. 십자가의 길, 순교자의 길, 그리고 야외 성모광장이 그것이죠. 기도하고 묵상하며 걷다가 잠시 쉬어가세요. 그리고 새소리와 바람소리, 코 끝에 실려오는 나무, 흙 냄새에 긴장을 내려놓으세요. 이곳은 이렇게 내 영혼을 치유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순례 중에 만나는 노란색 매미꽃을 포함한 야생화를 보거든 눈으로 인사하세요. 당신을 반기는 이곳의 무명 순교자들입니다. 이곳에선 작은 풀 한포기도 사람을 대하듯 조심히 다뤄주세요.

마치며: 꽃이 된 그들과 나누는 투명한 대화
성거산 성지는 우리에게 단순한 관람을 넘어선 ‘조우’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통유리 성당의 투명함 속에서 나를 비추어 보고, 해발 500m의 척박한 땅에서 노랗게 핀 야생화를 보며 순교자들의 뜨거운 심장을 느껴보세요. 꽃이 되어 우리를 기다리는 순교자들을 만나러, 성거산 성지를 방문할 계획을 세워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