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리 성지가 어떤 곳인지 알게 되시면 새삼 부여라는 곳이 새롭게 보이실겁니다. 부여라고 하면 우리는 화려한 금동대향로나 낙화암의 슬픈 전설, 연꽃이 가득한 궁남지를 떠올리곤 하죠. 하지만 백제의 숨결이 가득한 이 땅 깊숙한 곳에, 조선 시대의 천주교 성인 탄생지도 숨어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성인 반열에 오른 손선지 성인과 정문호 성인의 고향, 지석리를 이번 방문기에서 확인해 보세요.
*주의사항
성지를 직접 방문하고 쓴 후기입니다. 방문 당시 및 글 쓴 시점의 최신 정보를 최대한 반영하였으나, 이 후 방문 시에는 변동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지석리 성지는 미사 봉헌이 가능한 시설이 따로 없습니다. 미사 봉헌을 희망하신다면 관할지인 홍산 성당에 방문하거나 문의해 주세요. 연락처는 041-836-0067입니다.
- 성지 내 주차비와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 음료나 간식을 가져온 경우 순례자 쉼터를 이용해 주시고, 돌아갈 때 쓰레기는 챙겨서 청결한 성지 환경을 유지해 주세요.
목차

지석리 성지, 부여의 반전 매력 중 하나
지석리 성지는 [Re:Talent 순례] 시리즈에서 이미 다룬 ‘도앙골 성지’, ‘삽티 성지’와 같이 충남 부여군에 존재하는 천주교 성지입니다. 우리는 부여를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 정도로 알고 있지만, 조선 천주교 역사에 있어서도 결코 빼먹을 수 없는 중요한 지역이랍니다. 이곳은 백제의 멸망을 지켜본 땅이기도 하지만, 조선 후기 천주교의 명맥을 이어가는 신앙촌이 있던 곳이며 성인들이 활동하고 탄생한 지역입니다.
- 같이 보면 좋은 부여 천주교 성지
: 도앙골 성지, 이존창 최양업 신부 발자취
: 삽티 성지, 황석두 루카 유해 머문 거룩한 땅
손선지와 정문호, 두 성인의 탄생지
지석리가 특별한 이유는 한국 천주교의 103위 성인 중 두 분, 손선지 베드로 성인과 정문호 바르톨로메오 성인이 이곳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을에서 두 명의 성인이 배출되었다는 것은 당시 이 지역의 신앙 공동체가 얼마나 단단했는지를 증명합니다.
1) 온유한 리더, 성 손선지 베드로
손선지 베드로 성인은 16세 때 샤스탕 신부로부터 회장에 임명될 정도로 깊은 신앙심을 갖고 활동한 인물입니다. 전북 전주 지역에서 교우촌을 형성하며 자신의 집을 공소로 사용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병인박해 때 정문호, 한재권 성인과 함께 체포되어 전주 감영에 갇혔습니다. 심한 고문을 받으면서도 평상심을 유지했다고 하며, 전주 숲정이에서 순교하고, 묘소는 천호 성지에 있습니다.
2) 지혜로운 선비, 성 정문호 바르톨로메오
정문호 성인은 양반 출신으로 학식이 매우 깊었습니다. 인품 또한 훌륭하고 예의범절에도 밝아 외교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병인박해 무렵에 손선지 베드로 성인과 함께 전주 대성동 신리골에 살고 있다가 붙잡혀 노쇠한 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앙을 지키다가 순교했습니다. 손선지 베드로와 함께 같은 날 전주 숲정이에서 순교하였으며, 묘소도 천호 성지에 함께 있습니다.
현재의 지석리 성지
오늘날의 지석리는 화려한 성당 건물이나 웅장한 기념관이 있는 곳은 아닙니다. 생가터가 따로 복원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이곳은 손선지 성인의 후손들이 성인을 기억하고자 기증한 밭에 마련된 성지이기에 속사정을 알고나면 내심 탄복하게 되는 뜻깊은 장소입니다.

1) 순례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시설, 주차장과 쉼터
성지에 들어서면 순례자를 가장 먼저 만기는 것은 주차장과 쉼터입니다. 쉼터에서는 지석리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확인할 수 있죠. 여러 성지를 들렸다오는 길이 조금 고단했다면, 성인들을 만나기 전, 잠시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2) 성모상과 제대, 출생기념비, 십자가의 길
순례자 쉼터의 오른쪽을 보면 지석리 성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박하지만 양옆에 십자가의 길 14처가 빠짐없이 마련되어 있고, 중앙에서는 성모상과 제대, 출생기념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사 참례와 성체조배를 할 수 있는 시설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성인들을 기리며 묵상을 하기에는 충분합니다.

3) 순례자 스탬프 보관함
순례자 스탬프 보관함은 성지 초입에 작고 붉은 우편함 모양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순례자라면 성지를 떠나기 전, 꼭 잊지말고 순례자 스탬프를 찍으세요.

지석리 성지 인근 부여 맛집
지석리 성지를 방문하셨다면 인근 부여 맛집도 찾아보세요. 저는 부여에서 인기많은 ‘장원 막국수’를 다녀왔습니다. 지석리 성지와 차로 20분여 떨어져 있는 메밀 막국수와 편육 맛집입니다.
마치며: 부여의 진짜 숨은 보석을 찾아서
부여는 백제의 도읍이기도 하지만,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성인들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지석리 성지는 화려한 유적지가 주지 못하는 깊은 평화와 존재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곳입니다. 연꽃이 가득한 궁남지와 백마강이 보이는 낙화암을 구경하러 부여를 방문하셨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지석리에도 들려보세요. 치열했던 조선 천주교 역사 속 두 성인의 성장 이야기가 여러분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1) 지석리 성지에 미사 시간이 따로 있나요?
지석리 성지는 성지 터 위주로 관리되므로, 상주하는 신부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성지 관할지는 부여 홍산 성당으로 성지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이곳으로 문의하세요. 연락처는 041-836-0067입니다.
2) 두 성인의 유해는 이곳에 모셔져 있나요?
지석리는 그분들이 태어나고 신앙을 키웠던 고향으로 유해가 모셔져 있지는 않습니다. 손선지, 정문호 성인의 유해 일부는 지석리 관할지인 부여 홍산 성당에 모셔져 있고, 두분의 묘소는 현재 천호 성지에 있습니다.
3)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 괜찮을까요?
네, 매우 교육적인 장소입니다. 화려한 유적지도 좋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킨 성인들의 삶을 이야기해 주기에 더없이 좋은 산 교육장입니다.
4) 주변에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 있나요?
부여에는 지석리 외에도 도앙골 성지와 삽티 성지가 있으며, 부여 외 근방 지역에 서짓골 성지와 산막골/작은재 성지가 있습니다. 멀리서 오신 분들이라면 시간을 잘 분배하여 이 근방에 있는 성지 여러 곳을 한번에 방문해도 좋습니다.
5) 방문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언제인가요?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매력이 있지만, 신앙 선조들의 고난을 묵상하기 좋은 사순 시기나 들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봄, 그리고 고요한 겨울의 풍경이 지석리의 분위기와 특히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