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alent 순례] 구독자 여러분, 충남 보령 오천항 인근 갈매못 성지는 바다 풍경과 모래사장이 보이는 특별한 곳입니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모습은 휴양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하죠. 하지만 이 모래사장은 1866년 병인박해 당시 다섯 분의 성인이 순교하신 거룩한 땅이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보는 서해의 붉은 낙조는 그 희생이 피워낸 찬란한 꽃처럼 다가와 가슴 한구석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파도 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성인들의 마지막 신앙 고백을 들으러 오늘 저와 함께 떠나실래요?
*주의사항
성지를 직접 방문하고 쓴 글입니다. 방문 당시와 글 쓴 시점의 최신 정보를 최대한 반영하였으나, 이 후 방문 시에는 변동 사항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무실 연락처는 041-932-1311입니다.
- 단체방문의 경우, 꼭 순례예약을 해주세요. 개별순례는 예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 단체 순례미사에 참석할 경우, 30명 이상부터 성지내 식당 예약가능하며, 1인당 9,000원입니다. 단, 성직자, 수도자, 버스운전기사는 무료입니다. 인원이 30명 미만이더라도, 식당 예약이 이미 있는 날이면, 사무실에 문의하여 추가 식사 가능합니다. 사무실에 문의해 주세요.
- 성지 내에서는 정숙해 주시고, 반려동물의 출입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 성지 내 주차비와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목차
갈매못 성지 미사 시간
갈매못 성지는 순례미사 본당미사 구분없이 모두 참석 가능합니다. 봄(4월 중순~6월 중순)과 가을(9월 중순~11월 중순)이 성수기로, 이 시기에는 승리의 성모 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그 외의 시기에는 따로 예약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소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합니다.
1) 순례미사
- 화~토: 오전 11시 30분
- 주일(일요일): 오전 11시 30분
2) 본당미사
- 주일(일요일): 오전 8시

순례객을 위한 스탬프 위치
성지에 들어서면 초를 봉헌할 수 있는 ‘승리의 성모상’이 보입니다. 이 성모상을 기준으로 왼편 뒤쪽에 사무실이 위치하고 있는데 그 입구 쪽에 순례 스탬프가 있습니다.
다섯 성인 중 한 명인 다블뤼 주교는 성모님에 대한 신심이 특히 깊어, 1846년 한국에서 최초로 페레올 주교와 함께 성모 신심회를 조직하였습니다. 성지 내에서는 다블뤼 주교의 조국인 프랑스의 ‘승리의 성모상’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 성모상은 다블뤼 주교가 성모 신심회를 조직한 ‘공주 수리치골 성모성지’에도 있어요. ‘수리치골 성모성지’가 궁금하신 분은 다음 순례 후기도 참조해 보세요.
- 참조하면 좋은 글: [수리치골 성모성지 미사 시간 및 숲속 산책로]

갈매못 성지는 어떤 곳일까?
갈매못 순교 성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건 끝없이 펼쳐진 바다입니다. 갈매못이라는 이름은 ‘갈증을 느끼는 말이 물을 마시는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해요. 이름조차 목마른 영혼을 달래주는 듯한 이곳에서, 160여 년 전 다섯 성인은 여기서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생명수를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 성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 제5대 조선교구장으로서 신리에서 체포되어 끝까지 교우들을 지키셨습니다.
- 성 오메트르 베드로 신부 / 성 위앵 루카 신부: 주교님과 함께 선교와 사목에 헌신하다 기꺼이 순교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 성 황석두 루카 / 성 장주기 요셉: 평신도 회장으로서 주교님을 끝까지 보필하며 신앙의 정점을 보여주셨습니다.

1) 왜 바닷가 모래사장이 순교지일까?
보통 순교지는 한양의 절두산이나 각 지역의 장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왜 이 먼 바닷가 백사장이 처형지가 되었을까요? 당시 한양에서는 고종의 국혼이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나라의 경사를 앞두고 피를 보는 것을 꺼렸던 조정에서는 포로로 잡힌 서양 신부들과 신자들을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충청수영(水營) 근처로 보냈습니다.
2) 미소로 맞이한 성금요일의 순교
1866년 3월 30일, 그날은 마침 예수님이 돌아가신 ‘성금요일’이었습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성인들은 효수(梟首)라는 가혹한 형벌 앞에서도 평화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다블뤼 주교님은 처형 직전 “오늘은 우리 주님께서 돌아가신 성금요일이니, 나도 오늘 죽는 것이 마땅하다”라는 말을 남기고 기쁘게 목숨을 봉헌하셨습니다.
비록 육신은 차가운 모래사장 위에 쓰러졌으나, 그분들이 흘린 피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갈매못의 파도 소리는 성인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지켰던 그 뜨거운 고백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죽음을 넘어선 공경: 성인 시신 수습과 안치
성인들의 시신은 갈매못 모래밭 위에서 3일간 전시되어 있다가 이 곳 주민들에 의해 형장의 모래밭에 겨우 묻히게 됩니다. 대역죄인으로 몰려 효수형을 당했기에, 그 누구도 선뜻 시신을 거두겠다고 나서기 어려운 서슬 퍼런 상황이었습니다.

1) 교우들의 목숨을 건 수습
성 황석두 루카의 시신은 3주 후 가족들에 의해 거두어져 삽티에 묻힙니다 (이후 현대에 들어 최종적으로 연풍성지로 이장됨). 나머지 4분의 성인 시신은 교우들이 목숨을 걸고 이장시켜 서짓골(지금의 충남 보령시 미산면)에 묻힙니다. 나중에 이 신자들은 몇 달 후 체포되어 서울에서 순교합니다.
- 같이 참조하면 좋은 글: 서짓골 성지: 갈매못 네 성인의 빈 무덤
2) 안치되기까지의 기나긴 과정
4분의 성인 시신은 서짓골에서 다시 일본 나가사키 오우라 성당에 12년 동안 모셔졌다가, 1894년 서울로 돌아와 용산 신학교를 거쳐, 1900년 명동성당의 지하 성당에 모셔졌다가 최종적으로 1967년에 절두산 순교 기념관 지하 성당에 안치됩니다.
이렇게 박해의 눈길을 피해 여러 차례 옮겨지는 기나긴 과정을 거쳤고, 이는 성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공경하는 교우들의 따뜻한 신앙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갈매못 순교 성지만의 특별함
1) 모래사장 위 붉은 꽃, 갈매못 성지 묵주에 담기다
백사장 위를 붉게 물들인 다섯 성인들의 피는 썩지 않고 신앙의 씨앗이 되어 오늘날 수많은 순례객에게 선사하는 ‘영적인 꽃’으로 다시 피어났습니다. 갈매못 성지에서만 판매하는 묵주에 순교터의 모래를 소량 담아 제작하게 된 것이죠.
묵주에 모래를 담는 이유는, 이 아름다운 성지를 방문하는 순례자들에게 이 영원불멸의 붉은 꽃을 한송이씩 나눠주기 위함이 아닐까요? 이 성지를 특별하게 기억하기를 원하시는 순례객이라면 갈매못 성지 성물방 방문을 추천합니다.

2) 갈매못 성당만의 독특한 건축미
갈매못 성지 성당은 그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마치 모래사장 위에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 같기도 하고, 파도를 가르는 배의 형상 같기도 합니다.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순교의 장엄함을 담아낸 이 건축물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명상을 유도합니다.

3) 다섯 성인의 행적 – 기념관, 야외 회중석, 첫 매장터, 순교터
소성당 내 기념관 및 야외 회중석에서는 다섯 성인의 생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블뤼 주교님의 유물과 함께 그들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 조각상, 글을 만날 수 있지요. 첫 매장터와 순교터 또한 표시해 두어서 유서깊은 장소에서 나만의 묵상도 가능합니다.
조용한 실내에서 더 깊은 기도와 묵상을 하고 싶다면, 승리의 성모 대성당 내에 있는 ‘성체조배실’과 ‘성인유해공경실’을 찾아보세요. 다섯 성인들에게 당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같이 해법을 찾아주시길 빌어보세요.

4) 제대가 창문처럼 열리는 승리의 성모 대성당
승리의 성모 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면, 미사 후 제대가 창문처럼 열리는 광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대 뒤편에서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순간, 순례자들의 마음은 설레게 됩니다. 하지만 곧 이 바다가 순교자들이 생을 마감하신, 숭고한 역사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다섯 성인과 무명 순교자들의 넋이 깃든 바다를 배경으로 제대의 십자고상을 바라보며 기도를 올리는 경험은 아무곳에서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닙니다. 특히나 천주교 신자라면, 이 특별한 경험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

5) 서해 낙조 속에서 바치는 기도
갈매못 순교 성지의 진가는 해 질 녘에 드러납니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저물며 온 바다가 오렌지빛으로 물들 때, 성지 야외에 마련된 십자가의 길을 걸어보세요. “주님, 저도 제 삶의 백사장 위에서 예쁜 꽃을 피우고 있나요?”라고 묻게 되는 마법 같은 시간이 찾아옵니다. 갈매못 성지는 아침에 찾아가도 좋지만, 늦은 오후에 찾아가도 고급스러운 성지임에 분명합니다.
마치며: 백사장 위에 새긴 당신의 신앙
갈매못 성지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당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나요?”라고 말이죠. 다섯 성인이 모래사장 위에 피워낸 그 붉은 꽃은, 이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사랑과 희생이라는 이름의 꽃으로 다시 피어나야 합니다. 서해의 파도 소리를 뒤로하고 성지를 떠날 때,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작은 꽃 한 송이가 심어져 있기를 소망합니다.
성지 방문 전 궁금한 5가지 FAQ
1) 갈매못 성지 미사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평일과 주일 오전 11시 30분에 순례자 미사가 있습니다. 다만 성지 내부 사정에 따라 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반드시 갈매못 성지 사무실에 전화하거나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을 참조하세요.
2) 바닷가 성지인데 해수욕도 가능한가요?
성지는 기도를 바치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성지 바로 앞 백사장은 해수욕장이 아니며, 순교의 현장이므로 경건한 마음으로 관람하고 묵상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해수욕을 원하신다면 인근 대천해수욕장을 이용해 주세요.
3) 주차 공간과 편의시설은 어떤가요?
성지 입구에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성물방과 작은 카페, 화장실 등 순례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4) 이곳과 관련된 다른 성지는 어디인가요?
순교자들의 초장지 혹은 안치 장소인 성지가 있습니다. 충남 보령시의 서짓골 성지, 충북 괴산군의 연풍 순교 성지, 서울 명동성당, 서울 절두산 순교 성지가 있습니다.
갈매못 성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연계 성지 방문을 원한다면 차로 1시간 남짓 소요되는 충남 당진의 신리성지도 추천합니다. 이국적 풍경의 미술관 같은 성지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혹은 새로운 분위기의 순교 성지 방문을 원한다면, 차로 40분 내외 거리에 있는 청양 다락골 성지도 추천합니다.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님의 고향이며,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의 무덤이 있는 곳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청양 다락골 성지, 생사공존 장소 순례 정보]
5)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탁 트인 바다 전경 덕분에 아이들도 답답해하지 않고 순례를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박해와 순교라는 주제가 무거울 수 있으니, 부모님께서 ‘꽃과 사랑’의 비유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시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