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alent 순례] 산막골 작은재: 다블뤼, 페롱, 황석두의 거점

충남 서산의 산막골 작은재 성지 들어보셨나요? 깊고 깊은 산세를 뚫고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는 이 성지는, 사실 박해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운명을 짊어졌던 세 거인 – 다블뤼 주교, 페롱 신부, 황석두 루카 성인이 숨을 죽이며 복음의 불꽃을 지켰던 전략적 거점이었습니다. 세상의 눈에는 그저 버려진 산골이었을지 모르지만, 이들에게는 하느님의 나라를 설계하던 가장 거룩한 본부였죠. 험준한 산길을 따라 성인들의 숨가쁜 숨결이 남아있는 그곳으로, 지금 저와 함께 올라가 보실까요?

*주의사항
성지를 직접 방문하고 쓴 글입니다. 방문 당시와 글 쓴 시점의 최신 정보를 최대한 반영하였으나, 이 후 방문 시에는 변동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무실 번호는 041-951-2089입니다.

  • 성지 내 주차비와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 천막으로 된 성당과 사무실, 순례자 쉼터, 야외 제대와 십자가의 길로 구성된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성지입니다. 자연 속에 자리잡은 경건한 성지인만큼 쓰레기가 버려지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 단체 방문 시, 미리 예약하시면 식사 가능합니다.

산막골 작은재 성지, 찾아가는 길

산막골 작은재 성지는 3.5km의 도보 순례길로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 길을 이용하면 편도로 걸어서 1시간 20분 내외 소요됩니다. 도보 순례길은 차량으로는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보가 불편하신 분들이라면 다시 성지 외부로 나가서 8km 이상을 차를 타고 산길 굽이굽이 이동해야 합니다.

가는 길의 난이도 및 방문 팁

길이 좁고 험한 편이라 운전에 각별히 유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막(山幕)이란 이름도 산이 장막처럼 둘러싸고있는 깊은 산골에 위치한다는 뜻이거든요. 산막골 성지와 작은재 성지 모두 승용차로는 성지 입구까지 들어올 수 있지만, 대형 버스 등을 이용할 경우에는 외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km 이상 걸어야 합니다. 들어오는 길이 좁기 때문에, 맞은편에서 차를 만나면 당혹스러울 수 있어요.

작은재 성지는 산 정상에 있는데, 차량으로 입구까지 이동한 후, 다시 1km 정도의 꼬불꼬불한 언덕길(십자가의 길로 사용되는 숲속길)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성지 공터가 나옵니다. 길이 좁고 공터도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대형 버스라면 입구에 주차하고 걸어서 올라가는 편이 낫습니다.

마주치는 차량을 피하려면 되도록 한가한 시간대를 골라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저는 미사가 종료된 평일 오후 2시쯤에 방문하였습니다.

순례자 위한 산막골 작은재 시설 안내

1.산막골 성지 내 스탬프 보관소 위치

산막골 성지 입구에 들어서면 성지 안내 표지판 옆 스탬프 보관소가 보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빨간색 점선 박스로 표시한 보관소를 확인하고 작은재 성지로 이동하기 전 순례자 도장을 찍는 것을 잊지 마세요.

산막골 작은재 성지 스탬프 설명을 위한 산막골 성지 스탬프 인영과 보관소 사진
산막골 작은재 성지의 스탬프가 각각 따로 존재합니다. 모두 찍어보세요. 산막골 성지의 스탬프는 성지 사무실 근처에 있어요.

2. 산막골 천막 성당 (미사 시간)

산막골 성지의 성당은 천막으로 된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천막이라는 점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검소하지만 단정한 느낌의 천막 성당은 성인들과 교우들이 머물렀던 소박한 교우촌을 연상시킵니다.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그 소박함이 오히려 성인들의 가난하고 순수한 신앙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미사 시간은 월요일 제외하고 화~주일(일요일) 모두 오전 11시에 봉헌됩니다.

산막골 성지 내 천막 성당 외부와 내부 사진
산막골 성지의 천막 성당입니다. 겉모습은 천막이지만, 안을 들어가면 어느 성당 못지않게 깔끔하고 정결합니다. 신발장, 개수대, 정수기 등 필요한 필수 시설도 갖추고 있고, 양 벽에는 유화로 된 십자가의 길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순례자 쉼터

천막 성당 옆에는 순례객들에게 언제든지 열려있는 순례객 쉼터가 있습니다. 쉼터 내에는 커피와 차, 주스, 물이 준비되어 있고, 냉동고에는 냉동 파스타도 준비되어 있는데 모두 무료입니다. 여기에서는 봉사자들이 만든 아기자기한 기념품도 무인판매되고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산막골 성지 내 순례자 쉼터 외부 및 내부 사진
산막골 성지 내에는 순례자 쉼터가 있습니다. 순레자 쉼터 내의 음료와 음식은 모두 무료입니다. 산막골 성지 방문자라면 항상 열려있는 순례자 쉼터를 활용하세요.

4. 작은재 성지로 이어지는 순례 도보길

작은재 성지로 가는 순례 도보길은 성지 안쪽에서 시작합니다. 성지 뒤편으로 이어지는 작은재 고갯마루를 걷다 보면, 교우들이 이 길을 오가며 나누었을 담소와 기도가 들리는 듯합니다. 숲이 주는 청량한 공기와 함께하는 묵상은 도시에서의 번뇌를 말끔히 씻어줍니다.

산막골 성지 내의 야외 제대 근처 황석두 루카의 동상, 그리고 작은재 성지로 이어지는 순례 도보길 입구 사진
산막골 작은재 성지 간은 도보 순례길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지 깊숙히 들어가면 황석두 루카상이 있는 야외 제대가 보이고, 더 안쪽에는 작은재 성지로 이어지는 도보길이 보입니다.

5. 작은재 성지 내 스탬프 보관함

도보 순례길 혹은 차량으로 작은재 성지에 도착하면 야외 제대와 작은 공원이 나옵니다. 작은재줄무덤 비석 옆에 있는 스탬프 보관함 안에 순례를 증빙할 수 있는 도장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의 빨간색 점선 박스가 바로 스탬프 보관함입니다.

작은재줄무덤성지 야외 제대 주변의 십자가와 삼부자 순교비 사진
작은재줄무덤성지의 야외 제대 근처에 스탬프 보관함이 있습니다. 작은재 성지의 인영은 파란색입니다.

6. 작은재 성지의 삼부자 순교비

작은재 성지 내에는 이화만 바오로와 아들 이범인 요한 크리소스토모, 이범식 그레고리오를 기리는 ‘삼부자 순교비’가 있습니다.

이들 부자는 작은재 교우촌 출신으로 갈매못에서 순교하신 다블뤼 주교, 오메르트 신부, 위앵 민 신부, 장주기 요셉 네 분 성인의 유해를 목숨걸고 거둔 분들입니다. 결국에는 이로인해 삼부자가 순교하게 되지요. 갈매못 성인들의 순교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확인하세요.

7. 작은재 성지 내 무연고 줄무덤

작은재 성지 언덕에는 무명 신앙인들의 묘지가 몇 위 남아있습니다. 잘보면 일부 신원이 밝혀진 분들도 보이는데, 실제로 유해가 묻혀있는지, 아님 위치를 임의로 표시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1994년 임도 개설 공사 중, 유해와 유물이 유실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산막골 작은재 성지의 의의

1. 지형상 특징으로 사목의 거점이 된 교우촌

박해시절 관군의 추적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신자들은 더 높은 곳,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야만 했죠. 산막골 작은재는 지형적으로 외부인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면서도, 인근의 다른 교우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지금도 찾아가기에 외진 산골인데, 옛날에는 얼마나 더 깊숙히 숨겨진 곳이었을까요? 그만큼 신자들에게 더 든든한 교우촌이었을겁니다.

2. 사제들과 성 황석두 루카의 피와 땀이 스민 곳

이곳이 거점으로 불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조선 교구의 사목자들이 이곳에 머물며 교회를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1) 페롱 신부의 선교 열정이 머문 자리

페롱 신부님은 1858년부터 이곳을 거점 삼아 인근 지역 신자들을 사목했습니다. 서구 선교사에게 이 낯설고 험한 산골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하지만 그들은 이곳을 천국으로 가는 길목이라 믿으며 기쁘게 견뎌냈습니다. 현재 그가 이곳에서 사목활동을 하며 조안노 신부에게 보낸 편지가 남아 그의 사목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2) 제5대 조선교구장 다블뤼 주교의 집무실

갈매못에서 순교하신 다블뤼 주교님 또한, 이곳 산막골과 인연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 그는 조선의 언어와 풍습을 연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선 천주교사와 순교사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후에 이루어진 103위 순교 성인과 124위 순교자 시복도 다블뤼 주교님의 기록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정도로 한국 천주교사에 있어 중요한 기록이었죠. 또한, 주교님은 이곳에서 수많은 한글 교리서를 다듬고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3) 성 황석두 루카, 선교사들의 든든한 길잡이

그리고 이 두 외국인 선교사 곁에는 언제나 성 황석두 루카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곳 거점의 실질적인 운영자이자 보호자였습니다. 황석두 루카는 뛰어난 지식과 현지 사정에 밝은 안목으로 다블뤼 주교와 페롱 신부의 안전을 책임지고, 신자들과의 연락망을 유지하며, 산막골 작은재가 박해의 풍랑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거점이 되도록 온 힘을 다했습니다. 다블뤼 주교님의 신심서 번역 작업을 도운 것도 이분입니다.

1858년부터 황석두 루카 성인의 일가는 충북 연풍에서 이주해서 병인박해 전까지 이곳 산막재 교우촌에서 10여년을 살았습니다. 황석두 루카 성인은 하부 내포 교우촌을 순회하는 회장으로 활동했는데, 근처의 삽티 또한, 황석두 루카 성인의 활동지입니다. 갈매못에서 순교하신 후, 가족들에 의해 이곳에 묻히기도 한 숭고한 땅이죠.

3. 무연고 무덤과 옛 신자들의 유품이 발견된 곳

작은재줄무덤성지는 신앙 선조들의 줄무덤이 있던 자리입니다. 1994년 천방산 자락 봉림산의 임도 개설 공사 중 일대를 정리하면서 근처의 무덤들을 파묘했는데, 거기서 옛 신자들의 유품으로 보이는 묵주와 십자가 등의 성물이 다량으로 출토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연고자를 찾을 수 없어 성물과 유해를 따로 보관하지 않아 모두 소실되었습니다.

현재는 작은재 성지를 오르는 길에 십자가의 길이 마련되어 있고, 천주교 백색 순교자 작은재줄무덤 비석과 삼부자 순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마치며: 우리 마음속의 거점을 찾아서

산막골 작은재 성지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세상의 유혹과 시련으로부터 신앙을 지켜낼 ‘거점’은 어디냐고 말이죠. 페롱, 다블뤼, 황석두 이 세 분이 산골짜기 작은 방에서 조선 교회의 미래를 꿈꿨듯이, 우리도 각자의 삶 속에서 하느님과 단둘이 만날 수 있는 자신만의 ‘산막골’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비록 몸은 도시의 분주함 속에 있을지라도, 마음 한구석에 산막골 작은재의 그 고요한 평화를 품고 살아간다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분의 뜨거운 인연과 헌신이 깃든 이곳에서, 여러분의 신앙도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시길 기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1. 세 분의 성인이 이곳에 동시에 머물렀나요?

네, 병인박해 전후로 성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님과 페롱 신부님, 그리고 이들을 보필하던 성 황석두 루카가 이곳을 중심으로 사목 활동을 펼치며 긴밀하게 교류했습니다.

2. 성지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나요?

입구까지 차량 통행이 가능하지만, 길이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초보 운전자나 큰 차량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성지 내 작은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3. 산막골과 작은재는 서로 다른 곳인가요?

산막골은 골짜기 마을의 이름이고, 작은재는 그 산막골에서 넘어가는 작은 고개를 뜻합니다. 두 곳이 어우러져 하나의 성역을 이루고 있습니다.

4. 이곳에서 어떤 성물을 볼 수 있나요?

황석두 루카 성인의 동상과 순교자 기념비, 그리고 십자가의 길과 천막 성당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자들이 살았던 가옥 형태는 아직 완전히 복원되지 않았고, 성지는 계속 정비 중입니다.

5. 순례 스탬프는 어디에 있나요?

사무실 근처 성지 안내판 부근과 기념비 근처에서 순례 확인을 위한 스탬프함이 비치되어 있으니 잊지 말고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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