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성지 순례기에서 다룰 곳은 바로 삽티 성지입니다. 제 갈매못 성지 방문후기를 읽으신 분이라면, 순교하신 다섯 성인 중, 유독 한 분만은 수습된 이후의 행방이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겁니다. 바로 황석두 루카 성인인데요, 가족들에 의해 홀로 삽티로 묻혀 1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이곳을 지키셨습니다. 지금도 성인의 뼈가 묻혔던 흙과 그를 수습한 가족들의 뜨거운 신앙이 숨 쉬고 있는 삽티 성지. 그 고요하고도 묵직한 사연을 여기서 확인하세요.
*주의사항
성지를 직접 방문하고 쓴 글입니다. 방문 당시와 글 쓴 시점의 최신 정보를 최대한 반영하였으나, 이 후 방문 시에는 변동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문의처는 041-836-9625입니다.
- 삽티 성지는 성 황석두 기념성당인 ‘성석당’에서 주일 오전 11시에 미사를 봉헌합니다. 평일에는 전화로 예약할 경우, 원하는 시간이 미사 봉헌 가능합니다.
- 매년 5월 29일은 ‘황석두 루카 성인 유해 삽티 안장일’로 미사 봉헌과 함께 도앙골 성지까지의 약 3.5km 도보 순례를 진행합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전화로 사전에 문의하세요.
- 성지 내 주차비와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 성지 내 편의시설이 많지 않으므로, 미리 음료나 간식을 챙겨오고, 쓰레기는 돌아갈 때 다시 가지고 가시길 권합니다.
목차
삽티 성지, 성 황석두 루카 안식처의 흔적
삽티 성지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단순한 방문지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곳은 갈매못 성지에서 순교하신 성 황석두 루카의 유해가 실제로 묻혀있을 것으로 확인되기까지 약 100여년 동안 잠들어 계셨던 안식의 땅이기 때문입니다. 산등성이를 타고 흐르는 시원한 바람이 성인의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이곳에서, 우리는 박해 시대의 처절함과 그보다 강했던 신앙의 생명력을 동시에 마주하게 됩니다.
*왜 삽티 성지는 특별한가?
성지라고 하면 보통 순교지가 떠오르기 마련이죠? 하지만 삽티는 ‘순교지’가 아닌 ‘안장지’로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순교의 순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그 믿음의 증거를 어떻게 보존하고 기리느냐인데, 삽티는 성인의 가족들이 목숨을 걸고 유해를 수습해 지켜낸 숭고한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삽티는 충북 연풍이 고향인 황석두 루카 성인이 가족들과 함께 이주하여 신앙 생활을 이어나간 교우촌이기도 합니다.
성 황석두 루카, 굳건했던 신앙의 거인
삽티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곳의 주인공인 황석두 루카 성인을 알아야 합니다. 그는 부유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고 영민한 사람이었지만, 천주교 신앙을 위해 과거시험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분입니다.
1) 부친의 반대를 무릅쓴 신앙의 결단
황석두 루카의 아버지는 아들이 천주교를 믿는 것을 거세게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성인은 굴하지 않았죠. 신앙을 지키기 위해 작두날에 머리를 들이밀기도 하고, 3년간 벙어리 행세도 하면서, 결국에는 온 가족을 입교시키는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2) 하부 내포 지역 교우촌의 헌신적인 회장
황석두 루카 성인은 1845년 페레올 주교의 조선 입국때부터 사제들을 돕기 시작했으며, 충남 서천 산막골로 이사해 페롱 신부의 한문 선생을 겸하며 하부 내포의 교우촌을 순회하는 회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이후에는 베르뇌 주교와 다블뤼 주교까지 도우며 신심서의 번역과 출판을 돕게되지요.
3) 다블뤼 주교의 든든한 동반자
다블뤼 주교가 체포될 당시, 그는 몸을 피하라는 다블뤼 주교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주교의 제자임을 밝히고 갈매못으로 같이 압송되었습니다. 그리고 순교의 순간에도 주교님 곁을 함께한 그의 충직함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갈매못에서 삽티까지, 눈물의 유해 운구
1866년 3월 30일, 성 황석두 루카는 갈매못 백사장에서 다른 4명의 성인과 함께 순교하셨습니다. 그리고 서짓골로 운구된 다른 성인들의 시신과는 별개로, 그의 가족들은 성인의 시신을 삽티로 수습합니다.
1) 가족들이 지켜낸 성인의 유해
대역죄인의 시신을 거두는 것은 가족 전체의 몰살을 의미했지만, 그들은 두려움보다 공경심이 컸습니다. 양아들 황천일 요한과 조카 황기원 안드레아는 밤을 틈타 험한 산길을 헤치며 같은 해 5월에 성인의 유해를 이곳 삽티로 모셔왔습니다. 그리고 결국 황천일과 황기원은 이 일로 붙잡혀 서울에서 순교하였습니다.
2) 추정에서 확인까지, 긴 시간 머물러 있던 자리
삽티의 산자락에 은밀하게 안장된 성인의 유해는 세상에서 잊혀진 채로 긴 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조선의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이후 1922년 시복 조사 재판에서 황기원의 딸 황 마르타는 황석두의 시신이 홍산 삽티에 묻혔고, 현재는 돌보는 자손이 없어 그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1964년, 삽티의 산림개간 중 박해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십자고상과 성모상, 묵주 등의 성물이 발굴되었고, 이곳이 당시 황석두 성인의 시신 안장 지점이었을 것으로 교회학자들이 추정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삽티 성지: 순례자를 위한 안식처
현재의 삽티 성지는 방문객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이, 소란스러움보다는 고요함이 지배하는 곳이죠.
1) 성석당과 성모상
성지 내에는 성 황석두 기념 성당인 성석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석당 내에는 성모상이 보이는데, 이 성모상은 1964년 삽티 산지개간 당시 발견되었던 성물 중 하나인, 성모상을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2) 야외 십자가의 길
삽티에는 순례자를 위한 다양한 시설이 존재하진 않지만, 야외 십자가의 길만큼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3갈래의 길로 나누어져 있는 야외 십자가의 길은, 중앙의 성모상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14처의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순례자라면 성석당 건물 뒷편에 위치한 이곳에서 성모님의 시선 하에 십자가의 길을 걷는 경험을 놓치지 마세요.

3) 성 황석두 루카를 기리는 황석정
성지내 황석정이 들어선 자리는, 성인의 시신 안장 지점으로 추정되는 바로 그 자리는 아닙니다. 현재의 삽티 성지 내 황석정은 실제 성물 발굴지에서 몇백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그 이유는 당시의 성물 발굴지가 1990년대 외교인의 문중 묘역으로 조성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황석정을 조성하여 성 황석두 루카를 기리고 있습니다.

삽티 성지 순례 꿀팁: 이것만은 알자
더욱 풍성한 순례를 위해 제가 경험한 몇 가지 팁을 전해드립니다.
1) 성지 순례 인증 도장 위치
성지 순례 인증 도장은 성석당 입구에 위치한 스탬프 보관함 내에 있습니다. 순례 도장을 찍는 것 또한 잊지 마세요.

2) 도보 순례의 묘미
시간이 허락한다면, 박해 시절 하부 내포의 교우촌이었던 도앙골과 삽티를 도보로 방문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사실 두 성지간을 차로 이동하면 20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그 시절 비밀스러운 교우촌 순회를 위해 황석두 루카 성인이 걸었을 그 길의 흙의 촉감을 느끼며 45분여를 직접 걸어본다면, 여러분의 신앙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카이로스(신의 시간)’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단체 도보 순례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은 041-836-9625로 연락하세요. 하부 내포 성지 담당 신부님 연락처로 연결됩니다.
3) 준비물과 에티켓
산속에 위치해 있으므로 편안한 신발은 필수입니다. 또한, 이곳은 성인이 잠들었던 묘역이므로 경건한 복장과 정숙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성지의 평화를 깨지 않는 침묵 순례야말로 삽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방문 방식입니다.
결론: 성인의 숨결이 흙이 된 곳, 삽티
순례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 저는 삽티 성지의 흙 한 줌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100년 넘게 성인의 몸과 하나가 되었던 그 흙은, 우리에게 끝까지 사랑하고 끝까지 믿을 것을 이야기 합니다. 백 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키시다가 마침내 세상에 드러난 성인처럼, 우리도 삶의 고난 속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하는 힘을 이곳에서 얻어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다음 순례지가 이곳 삽티가 되어, 성인이 누렸던 그 깊은 평화를 꼭 한번 느껴보시길 소망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1) 황석두 루카 성인의 유해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그전까지는 후손의 증언에 의해,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삽티에 안장된 것으로 추정되었던 성인의 유해는 1964년에 산지 개간 중, 땅에 묻힌 성물들이 발견되면서 그 위치에 같이 묻혀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유골이 유실된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후 1980년에 고향인 충북 연풍의 황씨 문중 묘역에서 황석두 루카 성인의 유해가 발견되어 지금은 충북 괴산 연풍성지에 모신 것으로 확인됩니다.
삽티성지와 연풍 황씨 문중 묘역 간의 유해 이동에 대해서는 기록이나 증언이 남은 것은 없지만, 두 곳 모두 황석두 루카 성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성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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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삽티 성지는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인가요?
네, 삽티 성지는 서짓골, 도앙골과 함께 하부 내포의 주요 성지로서 특정 요건을 갖추었을 때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3)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 쉬운가요?
산골 깊숙이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 이용을 권장합니다. 주차 시설은 성지 입구와 성석당 앞에 넓게 마련되어 있어 이용이 편리합니다.
4) 황석두 루카 성인의 가족들도 순교했나요?
성인의 양자였던 황천일과 조카 황기원은 시신 수습 후, 홍산 관아에서 체포되고 이후 서울에서 순교합니다.
5) 겨울철 순례 시 주의할 점이 있나요?
산길이 좁고 경사가 있어 눈이 내리면 접근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기상 상태를 반드시 확인하시고, 아이젠 등 안전 장비를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