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alent 순례] 서짓골 성지: 갈매못 네 성인의 빈 무덤

[Re:Talent 순례] 구독자 여러분, 이번에는 비어 있음으로 거룩한 위로를 주는 서짓골 성지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갈매못의 모래밭에서 순교하신 네 분의 성인이 잠시나마 평안을 찾았던 곳이지요. 현재 유해는 떠나고 빈 무덤만 남았지만, 거기에 담긴 교우들의 헌신은 아직도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갈매못에서 이어지는 역사의 한 장소, 사진과 함께 여기서 만나보세요.

*주의사항
성지를 직접 방문하고 쓴 글입니다. 방문 당시와 글 쓴 시점의 최신 정보를 최대한 반영하였으나, 이 후 방문 시에는 변동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문의처는 041-836-9625입니다.

  • 서짓골 성지는 경당이 없는 곳이지만 전화로 예약할 경우, 미사 봉헌이 가능합니다.
  • 하부 내포 성지 도보순례 (완장포구~서짓골 성지, 9.5km)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일정은 하부 내포 성지 카페에서 확인하세요. 전화로 문의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26년 1월 현재, 카페의 최신 도보순례 글은 23년 11월입니다).
  • 성지 내 주차비와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 성지 내 편의시설이 많지 않으므로, 미리 음료나 간식을 챙겨오고, 쓰레기는 돌아갈 때 다시 가지고 가시길 권합니다.

서짓골 성지, 갈매못 그 이후의 이야기

서짓골 성지는 갈매못에서 순교하신 네 분 성인이 일정 기간 안식을 찾았던 장소입니다. 앞서 다섯 성인이 순교한 갈매못 성지에서 성 황석두 루카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성인은, 목숨을 걸고 시신을 수습한 교우들에 의해 처음에는 갈매못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산에 암장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신이 산짐승들에 의해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다시 여기 서짓골 담배밭 한가운데로 옮겨져 16년 간 이 자리를 지키게 됩니다. 성인들의 유해가 마침내 이곳에서 진토가 된 것이죠.

서짓골 성지 안내문이 3개 국어로 적혀있는 표지석 사진
서짓골 성지의 안내석은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3개 국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오신 분들에겐 서짓골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1) 나머지 한분, 성 황석두 루카는 어디로?

황석두 루카 성인은 가족들에 의해 먼저 수습되어 다른 곳으로 안치됩니다. 그 또한 갈매못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삽티’에 묻힙니다. 삽티는 ‘내포의 사도’ 이존창이 고향 여사울을 떠나 홍산으로 피신하여 선교 활동을 하면서 형성된 교우촌이었습니다. 황석두 루카 성인의 가족도 충북 괴산 연풍을 떠나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었죠. 황석두 루카 성인은 삽티를 중심으로 인근 산골 교우촌을 순회하며 신자들을 지도했다고 합니다.

서짓골의 상징, ‘사성 제대’

서짓골의 야외 성전은 ‘돈이원(敦伊園)’ 이라 부릅니다. 이는 다블뤼 안토니오 성인의 조선식 이름 안돈이(安敦伊)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네요. 이 야외 성전에는 서짓골을 상징하는 ‘사성 제대’가 자리잡고 있죠. 비록 유해가 없어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사성 제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거룩하고 의미 있는 순례지입니다. 마치 빈 그릇이 더 큰 여백을 품듯, 이 빈 제대는 성인들의 숭고한 정신과 그들을 향한 신앙인들의 변함없는 공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서짓골 성지의 상징인 사성 제대 및 그 앞의 향로석과 장궤석, 제대 뒤 안돈정의 모습
서짓골 사성 제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제대 뒤의 파고라에서 묵상하는 시간도 가져보세요.

사성 제대 앞에는 3개의 향로석이 있는데, 이 사이 사이에 무릎을 꿇고 기도할 수 있는 장궤석이 있습니다. 무릎에 이상이 없는 분들이라면 여기서 무릎을 꿇고 4인 성인들의 전구를 청하며 기도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사성 제대 뒤에는 서양식 정자인 파고라(Pargola)가 있는데, 이 파고라의 이름은 ‘안돈정(安敦亭)’으로 역시 다블뤼 주교님의 이름 안톤(Anton)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이 정자는 묵상의 장소로 활용되지요. 여기에 앉아 나의 순례 일정을 되새기며 잠시 신앙에 대해 묵상해 보세요. 성 다블뤼 앙토니(안토니오) 주교님과 함께 기도하면 그전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영감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서짓골 성지 위치 및 시설 안내

서짓골 성지는 보령댐을 끼고 있는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도로 옆이라 찾아오기 쉬운 성지일 것 같지만, 대중교통편이 잘 연결되지 않아 자가용이 없으면 찾아오기 어려운 성지입니다. 되도록 자가용을 활용하세요. 주소는 충남 보령시 마산면 평라리 438-3입니다. 티맵에는 438-2라고 나오는데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목적지에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서짓골 성지 건너편 보령댐이 보이는 사진
성지 옆 도로 쪽을 보면 맞은편에 보령댐이 보입니다. 댐을 건설하기 전에는 더 깊은 산골이었을테니, 여기까지 유해를 운구하는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1) 주차장, 화장실 및 스탬프 위치

외진 곳이지만, 순례자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이 충분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화장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으니 이용 가능합니다. 이용료는 모두 무료입니다.

스탬프는 성지 내 관리실 옆 작은 스탬프 보관함에 들어있습니다. 잊지마시고 꼭 도장을 챙기세요. 하부 내포 성지인 서짓골, 도앙골, 삽티 성지 3곳은 글자만 다르고 십자가 인영은 같답니다.

서짓골 성지의 스탬프 인영은 단순하지만, 이곳이 성지임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2) 서짓골 순례자의 집 ‘돈이관’

성지와 조금 떨어진 곳에 ‘돈이관’ 이라는 순례자의 집이 있습니다. 2014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천주교 대전교구 방문을 기념해서 지은 집입니다. 순례자의 집 이용에 대해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041-836-9625로 연락하세요.

하부 내포 성지 도보 순례

서짓골 순례는 단순히 ‘사성 제대’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 갈매못에서 서짓골까지 이어지는 순례길을 통해 신앙 선조들의 고난과 헌신을 몸소 체험하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갈매못에서 서짓골로 이어지는 순례길은 목숨을 걸고 성인들의 유해를 운구했던 신앙인들의 발자취를 따르는 길입니다. 굽이굽이 산길을 걸으며, 그들이 느꼈을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그럼에도 꺾이지 않았던 굳건한 신앙심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 길은 단순한 걷기 코스가 아니라, 160여 년 전의 역사를 오늘로 불러오는 ‘증거의 길’이자 ‘치유의 길’입니다. 이 길 위에서 우리는 세상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자신 안의 신앙을 깊이 들여다보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갈매못 서짓골 성지 순례길 설명과 지도가 나와있는 안내 표지판
성지 순례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에는 성인 유해가 운구된 해상 동선과 육상 동선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그 시대의 동선을 모두 따라갈 수는 없지만, 한번쯤은 차에서 내려 짧게나마 육상 구간을 걸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마치며: 서짓골, 비어 있음이 주는 가르침

서짓골 성지는 비록 유해는 남아있지 않은 빈 무덤이지만, 그 빈 공간은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네 명의 성인들이 보여준 신앙과 사랑, 그리고 목숨을 걸고 그들을 지켰던 이름 없는 신앙 선조들의 헌신은 결코 비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정신은 사성 제대 위에서 영원히 빛나며, 우리에게 진정한 신앙에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합니다. 갈매못의 뜨거운 역사를 거쳐 서짓골의 고요함 앞에서 내 신앙을 돌아보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받는 경험을 하시길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1) 서짓골에 모셔진 네 성인은 누구인가요?

서짓골에는 1866년 갈매못에서 순교하신 성 다블뤼 안토니오 주교, 성 오메트르 베드로 신부, 성 위앵 루카 신부, 그리고 성 장주기 요셉 평신도 회장 등 네 분의 유해가 모셔졌습니다.

2) 왜 빈 무덤이라 불리는 건가요?

서짓골은 성인들의 유해가 16년간 안치되었던 곳이지만, 이후 유해가 일본으로 옮겨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서울 명동성당을 거쳐 지금은 서울 절두산 성지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유해가 없는 빈 무덤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에 ‘빈 무덤 성지’라고 불립니다.

3) 서짓골 주변에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 있나요?

네, 성지 건너편으로 아름다운 보령댐 호수 전경이 펼쳐져 있어 함께 둘러보며 고요한 자연 속에서 묵상하기 좋습니다. 또한, 이곳은 갈매못 성지로 이어지는 순례길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가까이에 있는 산막골, 작은재 성지나 지석리 성지를 방문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4) 서짓골을 순례할 때 특별히 유의할 점이 있나요?

모든 성지는 고요한 묵상과 기도를 위한 성스러운 공간입니다. 다른 순례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큰 소리로 떠들거나 소란을 피우는 것을 자제해 주시고, 경건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시며 자연과 순교자들의 정신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켜주시면 좋습니다.

5) 서짓골 성지의 미사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미사 봉헌을 원할 경우, 041-836-9625로 문의해 주세요. 순례자가 원하는 시간에 미사 봉헌이 가능합니다. 또한, 순교자의 유해를 봉송했던 길 (완장포~서짓골)간의 도보 순례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같은 번호로 문의해주세요. 하부 내포 성지를 담당하시는 신부님과 연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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